계원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Kaywon University of Art & Design - Visual Communicatio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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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주한 이 첫 페이지는 알파들의 목록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이다. 완벽한 결과물은 없다. 모든 작업들은 알파버전으로 시작되고 끝나며 많은 일 은 손에서 벗어나고 관심을 끄는 순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내 작업이 완벽하다는 믿음에서부터 벗어나 작업을 시작한다. 예술 작업이 아닌 이상 나의 작업은 이른 시일 안에 제작되어 쓰이거나 버려진다. 이 작업은 길면 2주 에서 한 달, 빠르면 3일 안에 결과물이 제작되어 나의 사심을 채우지 못한 채 어딘가 부족한 알파 그리고 베타버전의 기형적 디자인들이 채워지고 교체된다. 이런 기형적 디자인은 아무리 좋은 종이를 쓰고, 혹여나 어딘가에 전시가 되더라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이런 것들을 허울 좋은 포트폴리오 라는 이름으로 정리 해봤자 나에게 득이 될 요인은 없어 보였다. 모든 디자인 작업물은 시안 여러 개 중 선정된다. 이 시안이라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 디자인 전문 교육을 받은 내가 제일 선호했던 알파버전이 존재했지만 보통 비 교육자 들이 시안을 반려 후 나를 본인의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그래픽 출력 도구 정도로 여기고, 머리엔 이미 생각 해 둔 도안이 존재하고 그냥 구현 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 한 게 아니었을까… 직원에겐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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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도 나의 바람과는 영 딴 방향으로 흘러갔던 키비주얼 디자인이 적용된 게 있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대로였다. 그럼 내가 간절히 바랐던 알파버전보다 더 기형적인 아이가 실제 결과물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인데 포트폴리오에 이런 친구들을 굳이 소개하고 싶진 않았다. 선정된 시안이 다른 알파버전보다 나은 점은 없다, 그저 알파 버전 중 운 좋게 선정되고 베타 혹은 그 위 단계로 포장되어 릴리즈되는 것이다. (나의 주관적 만족 으로 릴리즈 시키기엔 여러 여건이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 내가 제작했던 것을 모두 다 알파버전으로 바라보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면 어떨까? 내 작업이 모두 알파버전이 된다면, 어딘가의 관공서와 함께한 작업, 어느 공연 포스터 등등 타이틀로 불리는 것들은 그저 목록에 붙는 태그가 되어 비 선정 작업과 동등한 지위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선정 못 된 다른 알파 버전들도 각자의 매력적인 그래픽 요소들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릴리즈된 것들을 alpha의 상태로 바라보고 투과하고 해부하고 확대하면 좀더 나의 작업과 시안들을 직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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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즈 버전 1.0, 그 전엔 무수히 많은 베타버전 그리고 알파버전 혹은 버전으로 부를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데이터들이 존재한다. 기존의 포트폴리오들을 예시로 들어보면… 디스플레이 판형이라 인쇄가 필요할 상황이 되면 난감해지는 1920*1080의 웹 판형, 넣을 수 있는 작업 중 공들인 5가지 정도로 정형화된 나의 작업,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넣은 아주 멋진 미모지 (Apple 사의 저작권은 잘 모르겠고…) 힙 한 디스플레이 폰트와 형광을 마구 넣은 우리가 아는 흔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이 된다. 나는 놀랍게도 저 모든 게 하기 싫은 좀 비틀어진 아이였다. 작업 5가지를 간추려 들고 가기엔 내 안을 숨겨야 할 보석들이 가릴 수 없을 지경으로 많았고 나는 그것들을 모두 다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알파들의 목록 / List of alphas’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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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적인 시도만 가득했던 포트폴리오 북은 놀랍게도 실제 포트폴리오로 사용되었으며 7/7일 studio front-door에서 온 연락을 받고 인터뷰를 한 시간 정도 하였다.

 

studio front-door에서 이야기했던 해당 포트폴리오의 장점을 네 가지만 나열하자면…

 

- 폼이 좋았다. (타 포트폴리오 대비)

- 회색도가 균일했다.

- 같은 디자이너로서 궁금해졌다.

- 개인적 고찰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

-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같았다. (내용부분)

 

의 장점을 전달받았으며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 조판된 포트폴리오 북 또는 파일이 용도에 맞는 취업시장에는 효과가 있다는 답을 내놓으며 여기서 글을 끝마친다.

 

  • 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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